Scene
영화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의 엔딩 크레딧 장면을 좋아한다. 제시와 셀린, 그들의 우연한 인연들이 함께 있던 공간을, 지금은 비어있는 그 공간을 차례차례 비추는 그 장면이다. 두 연인의 꿈 같은 하루를 지켜본 나에게도 그 공간은 이제 어떤 의미이니까.
hello, there :)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이전에 머물렀던 사람들에 대해 상상한다. 연인이었을까, 친구였을까, 혼자였을까.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언젠가 나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일까, 아마도 아니겠지 - 그런데 만약 만날 수 있다면, 그건 어떤 느낌일까. 세상 쓸데없는 호기심이지만 원래 쓸데없는 것이 재미있는 법.
장소를 북촌으로 정했다. 3개의 경험을 심어놓았다. 먼저 북촌 어느 곳에서든 에어라이트로 글을 쓰면 북촌 기와 스티커가 달리도록 했다. 문제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둘째, 북촌의 특정 좌표에서 글을 쓰면 특별한 스티커가 붙도록 만들었다. 이 또한 문제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셋째, 이야기가 그려지는듯한 카페와 식당을 돌며 그곳만을 위한 아트포스터를 만들어 드리겠다고 했다. 아트포스터 한가운데를 카메라로 스캔하면 그 장소에 글을 남겨두거나, 그곳에 남겨둔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에어라이트를 활용했다. 물론 대부분 거절했다. 그리고 단 5곳에서 허락해 주셨다. 수많은 거절 끝에 만난 승낙이라 가게마다 특색을 담아 가게만을 위한 아트포스터와 스캔코드를 작업했다.